[마켓인]부처 마다 다른 CVC 기준…업계는 ‘갸우뚱’

정부가 올해부터 기업형 벤처캐피탈(CVC)을 활성화하겠다고 밝혀서 기업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유관부처별로 CVC 기준이 달라 업계 혼란도 늘어나고 있다.

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국내 CVC 통계 집계가 시작된 것은 지난해부터이다.

지난 2021년 12월부터 일반지주회사의 CVC 보유를 제한적으로 허용한 이후에 설립하는 사례가 점차 늘어나면서 업계도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국내 CVC 현황을 집계하는 곳은 크게 스타트업얼라이언스, 공정거래위원회, 중기부 등이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는 CVC의 범위를 가장 넓게 잡고 있다.

국내 CVC를 비금융업 일반기업의 스타트업 투자를 위한 금융자본으로 정의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집계된 국내 CVC 수는 총 949개이며, 그 중 국내 대기업이 만든 CVC는 199개이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는 CVC 종류를 자본 운용 주체에 따라 독립법인, 사내부서, 펀드출자 등 3가지로 나눴다.

독립법인 CVC는 기업이 투자 전문 자회사를 설립해 자본을 운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이 사내에 투자 전담부서를 만들거나 전담 인력을 할당해 자본을 운영하는 경우에는 사내부서 CVC로 분류된다.

외부 벤처캐피털 펀드에 출자하는 경우에는 펀드출자 CVC로 구분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CVC를 가장 좁은 의미로 정의하여 통계를 내놓았다.

공정위는 공정거래법상 일반지주회사가 주식을 100% 소유하는 중소기업창업투자회사(창투사)와 신기술사업금융전문회사(신기사)만을 CVC로 집계한다.

이에 따르면 창투사는 5개, 신기사는 7개로 총 12개의 CVC가 운영되고 있다. 중기부는 공정거래법상 일반지주회사가 주식을 100% 소유하는 창투사와 신기사 중에서 모기업과 동일 그룹 계열회사 등 기업집단 출자가 30% 이상인 비금융 기업집단의 계열회사를 CVC로 정의한다.

이에 따르면 국내에는 86개의 CVC가 운영되고 있다.

중기부의 기준이 공정위보다 넓은 이유는 벤처투자 시장을 아우르는 부처이기 때문에 공정거래법에 국한해 시장을 바라보기에는 부적절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기준이 불명확하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국내 CVC 전담 기구를 만드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정부의 CVC 활성화 정책이 효과적으로 펼쳐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CVC에 대한 통일된 명확한 기준이 없는데, 정부의 CVC 활성화 정책이 제대로 실행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는 "각 부처가 자신의 이익을 우선시하기 때문에 전담 기구가 만들어질 가능성은 적다"고 우려했다. 중기부는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올해 중으로 업계와 논의해 CVC에 대한 명확한 실태를 파악할 통계 고도화 작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작년에 발표한 CVC 현황을 연례화해 통계를 만들어내는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남궁광희 기자 / southeditor@newst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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