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 폭동 3년… 미국인 ‘민주주의 만족감’ 최저치 추락

미국에서는 1·6 연방의회 폭동 사건이 발생한 지 3년이 지나는 동안 민주주의에 대한 신뢰도가 사상 최저치로 곤두박질친 것으로 나타났다.

연방대법원이 의회 폭동 사건에 개입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출마 자격 박탈 여부를 심리키로 해 미국 내 분열과 갈등은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 갤럽은 지난달 1~20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미국 민주주의가 작동하는 방식에 만족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28%만 동의해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6일(현지시간) 밝혔다.

1984년 첫 조사 때(61%)보다 33% 포인트 낮으며, 의회 폭동 사건 직후인 2021년 2월 조사(35%) 때보다도 낮다. 갤럽은 “물가 상승에 따른 경제적 불안감, 조 바이든 행정부와 의회 및 대법원에 대한 불만, 정당 간 적대감 증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속적인 정치적 영향력, 투표권과 법원·사법 시스템의 독립성에 대한 우려 등이 반영됐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미국인들은 민주주의에 대한 만족감이 가장 낮은 시기에 역사상 가장 인기 없는 현직 대통령과 유권자들이 거부했던 전직 대통령 간 대결을 준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는 “3년이 지났지만 의회 폭동 사건이 미국 정치에 끼치는 영향은 피할 수 없게 됐다”며 “미국은 그날 일어난 일에 대한 어떤 종류의 합의도 이뤄내지 못하면서 균열이 이전보다 더 확대됐다”고 평가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의회 폭동 사건과 관련해 서로를 강하게 비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5일 펜실베이니아주 밸리포지 연설에서 “트럼프는 우리 민주주의를 제물로 삼아 권력을 잡으려 한다”며 “2021년 1월 6일 우리는 미국을 거의 잃을 뻔했고, 트럼프는 선거를 훔치려 했던 것과 같은 방식으로 역사를 훔치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를 두고 CNN은 “지지율 하락에 고전하는 바이든 대통령이 민주주의 보존을 대선 핵심 의제로 선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는 아이오와주 유세에서 자신이 미국 역사상 최악의 마피아로 꼽히는 알 카포네보다 더 많이 기소됐다고 주장하면서 무능한 바이든이 민주주의의 위협이라고 받아쳤다.

그는 의회 폭동 사건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이들을 ‘인질’이라고 부르며 “그들이 감옥에 갇힌 건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슬픈 일 중 하나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방대법원의 트럼프 출마 자격 심리도 11월 대선의 대형 의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연방대법원은 구두변론을 다음 달 8일로 잡아 이 사건을 신속히 심리할 것임을 시사했다.

보수 우위의 대법관 구도상 트럼프에게 유리한 판결이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대체적이지만, 결과와 상관없이 미국 내 정파적 갈등은 심화될 것이라고 뉴욕타임스는 분석했다.

권수아 기자 / kwon.sa@newst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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